상상마당에서 찰리와 초콜릿 공장 표지와 삽화를 그린 퀀틴 블레이크의 전시를 봤다.
6시부터 문화의 날 기념으로 무료 입장이라고 해서 다섯시부터 1시간을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정말 무료로 보길 너무 잘했다 ㅋ 전시가 부족한 게 아니라 그냥 횡재한 기분ㅋㅋ)
1시간을 때우는 동안에 심심해서 카페에 전시되어있는 책들을 구경했는데, 레몽 사비냑이라는 그래픽 디자이너의 도록이 정말정말 맘에 들었다.
상상마당에서 몇 년 전에 기획전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난생 처음 듣는 이름이어서 별 기대없이 책을 열었다가 제대로 시선강탈당했다.
레멍 사비냑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전에 태어난 프랑스인이고, 주로 포스터 작업을 했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가정 형편이 넉넉치 않아서 상업적인 일을 많이 했고, 그 덕분에 오래오래 사랑받았다고 한다. 오래오래 사랑받긴 했지만, 처음 유명해지기 시작한 건 40대 즈음이라고 하니 왠지.. 꽤 고생스러운 30대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동물이나 사물을 의인화해서 풍자적으로 풀어나가는 특징이 레몽 사비냑의 매력이었다고 하는데, 그림을 보기만 해도 그 점이 확 느껴진다.
지금이랑 시대가 달라서 그럴까, 광고라기 보다는 예전에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화재예방포스터 그리기 했던 거랑 오히려 느낌이 비슷하다. 옛시절 선전물 스럽다고해야하나.. ㅋㅋ
마음에 들어서 한 페이지만 슬쩍 찍었다.
안타깝게도 다 불어라서 어떤 광고의 포스터인지 알 수가 없지만; 대충 짐작하자면 왠지 오른쪽 포스터는 사비냑의 작품을 다룬 전시회 포스터가 아닐까 싶다. 레몽사비냑은 non-comissioned poster 라는 주제로 전시를 열었다고 한다. 즉 광고비용 없이 포스터를 제작하는 개념인데, 사비냑은 이런 방식이 클라이언트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50년대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대단하고 40대에 성공했다고 하니 어느정도 그런 부분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이런 생각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순수예술과 상업예술의 경계라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어쨋든 돈이 아닌 자신 안의 순수 창작욕구에 의해 선보인 아트웍이기 때문에 '포스터'라는 장르에 비춰봤을 떄 신선한 시도인 듯하다.
이게 대표적인 그의 스타일인 것 같다. 브랜드의 정수를 그냥 너무 심플하게 대놓고 보여주고, 가장 대표적인 특징을 정면으로 설명하는데 그 방식이 너무 위트가 있다. 할 말이 없어진다.
보기만 해도 '아 그렇구나!' 바로 납득이 된다. 별로 생각할 것도 없다 ㅋㅋ 포스터 하나가 마치 그 브랜드의 로고처럼 보일만큼 상징적이고 대표적이다. 카피도 아주 극심하게 짧다. ㅋㅋ 마지막 DUNLOP광고는 '매트리스와 쿠션' '던롭제품' 미슐랭타이어는 'NEW' 하고서 그냥 땡이다. 베스파는 카피도 없다. 그런데 광고하고자 하는 제품 - 브랜드 - 속성을 정말 효과적으로 하나의 상象에 담아서 표현해낸다.
에어프랑스 광고가 정말 많았다. 저런 귀여운 일러스트로 항공사 광고를 하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 ㅎㅎ
그리고 볼펜 브랜드 BIC 광고도 정말 많았다. 레몽사비냑 아저씨의 귀여운 색감과 정말 잘 어울리는 파트너인 것 같다.
소년이 스케이트 타는 듯한 비주얼 위에 'elle court ell court'라는 카피가 필기체로 흐르듯이 쓰여있다. 뜻은 'she runs she runs'라고 한다. 정말 빙상위의 김연아처럼 부드럽게 잘 나갈 것만 같다. ㅋㅋ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와서 괜히 정이 가는 LIFE 잡지의 광고도 있다. 엄청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잡지의 로고는 정말 돋보이게 잘 살린 것 같다. '인생'이라는 의미로 해석했을 때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역시 시리즈로 보니 재밌고 좋다!
전체적으로 너무 마음에 들어서 도록을 살까 1분 정도 고민했는데, 구글에 이렇게 이미지가 많으니 샀으면 스스로를 원망할 뻔했다. 긴축-내핍 재정에 맞게 살아보도록 하자 :]
상상마당에 간 원래 목적은 퀀틴블레이크 전시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퀀틴블레이크는 정말 얼굴에서 풍기는 미소가 아름다운 할아버지였다. 동화작가의 영혼은 맑고 순수해서 그런가, 동화를 그리고 쓰는 사람들 얼굴은 진짜 맑은 것 같다. 예전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 책을 샀다가 삽화 그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따라그렸던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한 10년이 흐른 지금 그 감흥은 예전만은 못했지만 잠시라도 그 순수한 세계에 빠져보니 역시 기분은 좋았다. 마음에 들었던 그림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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