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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글

새해맞이 호치민 여행

희진이랑 연애하며 한번도 해외 여행을 못했다.

신혼여행도 제주로.. (매우 후회)

그렇게 좀이 쑤시던 차에 백종원의 스푸파를 보다가 베트남에 너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충동적으로 호치민 여행을 가게 됐다.

스푸파에 나온 베트남은 북부 하노이 지역이었는데, 허쓸 앤 버쓸한 도시를 좋아하는 희진이와 나는 고민 끝에 남부의 호치민으로 여행지를 결정했고, 그건 지금도 매우매우매우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

베트남은 오토바이가 정말 많고, 손에 든 핸드폰을 툭 채가는 소매치기가 아주 많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고 똑딱 필름카메라를 샀다. 저려미 필름 카메라는 들고 다녀도 위험하지 않을 것 같아서 구입했는데, 결론적으로는 폰카 필카 이리저리 섞어가며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생각보다 길거리에 휴대폰 들고 다니는게 위험하지 않았다.)

나는 정말 사진에 재능이 없고 그래서 관심도 없는데, 필름카메라는 결과물이 바로 나오질 않으니까 오히려 사진 찍는 재미가 있었다. 피사체로 사진기 앞에 서있을때도 화질이 폰카 만큼 덜 적나라할 거라는 안심이 되어 자연스럽게 찍힐 수 있었던 것도 큰 장점이었다. 필름 구입에, 현상에, 스캔에, 인화에 각 공정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을 때에 비해) 불필요한 비용과 에너지가 들지만 사진을 찍는 과정과 현상을 기다리는 시간, 그리고 결과물을 보며 즐거워하는 경험을 다 더했을 때는 그 모든 비용과 에너지를 덮고도 남는 매력이 남는 것 같다.

어젯밤 기다리던 현상을 받아봤다. 한장 한장 기대하며 넘겨보는 맛이 제대로였다.

DAY 1

공항 도착해서 포부터 한그릇 하고, 환전소 들렀다가 달려간 반미집
이름난 맛집이라 배달 기사들이 문전성시.

기대를 감출 수 없는 모습
놀랍도록 개꿀맛이었다.
욕심에 두개나 샀는데, 하나가 최소 빨래방망이 만큼 커서 둘이서 하나 밖에 못먹고 나머지 하나는 결국 남겼다.
호치민 여행 중 먹은 음식 중 단연코 넘버 원으로 아직도 기억함

갑자기 저녁
새벽 3시에 일어나서 6시 비행기를 타느라 거의 24시간을 깨어있었어서 숙소에서 잠시 기절했다가 나왔다.
낮에는 더위에 약간 놀랐는데, 저녁 날씨는 정말 기분 좋게 선선한 여름밤이라 행복지수가 더할나위없이 상승!

OKKIO라는 카페에 갔다.
저기서 먹었던 바나나브레드 맛을 잊지 못해..
달지도 않고 바삭바삭 속은 촉촉, 약간 호밀 베이스인듯한 건강한 스멜도 나고 건과와 견과가 아주 알맞게 들어간 바나나 브레드.. 잊지 모대..

카페 올라가는 계단이 거의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느낌을 주었다. 을지로 익선동은 저리가라였다.
호치민(구 사이공)이 프랑스 식민시절이 길었어서 전반적으로 유럽스러운 건축양식, 인테리어 스타일이 보인다.
옛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들이 많아서 (= 매우 낡은 곳이 많아서) 시간 여행 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참 좋았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여행하면서 쇠락한 도시 분위기가 너무 묘하고 인상깊다고 느꼈었는데 호치민에서도 그 비슷한 느낌을 받았었다.

이런 사진이 좋다.

해산물을 판다는 야시장에 도착

맨처음 시킨 꽃게 볶음(?)은 흡사 꽃게 다리에 라면 스프를 뿌린 맛
그래서 맛있는데 대신 all 다리라서 먹을 수가 없음. 잇몸 부셔지는 맛

그래도 해산물이 짱!
랍스터, 새우, 가리비 등등 야무지게 시켜먹고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 잘생겼다는 칭찬을 들은 희진이.
나한텐 절대 한마디도 안하던..
부러웠다.

이 날 밤에 나와서 카페 - 야시장 - 유흥가 스러운 밤거리의 술집 - 루프탑 바 까지 강행군을 했는데

그래서 이렇게 지친 모습으로 하루가 끝났다.
좀 더 쌩쌩하게 버텨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더 놀고 싶은 희진이로 마무리


DAY 2

안들르면 섭섭한 CONG카페
야외 테이블에서 호치민 중심가를 바라보는 재미 쏠쏠

콩카페가 있는 건물 역시 아주 옛스럽다.
연식 있는 엘베 앞에서 한 컷

신기해서 여기저기 다 찍고 다녔다

호치민 우체국 앞

엽서 쓰는 척

우연히 지나가며 책 마켓을 봤다.
며칠간 행사를 하는 것 같았다.

전혀 읽을 수 없지만 한번 읽어본다

일하는 직원 느낌

읽는 척 2

엄청 맛있었던 파스퇴르 쌀국수집에서
(필름을 잘못갈았는지 불에 탔다. 그래도 반절은 건져서 정말 다행)

술 아니고 냉차 (tra-da),
식당에서 물을 따로 안줘서 (그리고 그냥 주는 물을 마시면 배탈이 난다고 해서) 늘 물 대신 시켜먹었다.
물티슈도 쓰는 만큼 돈을 낸다고 해서 자린고비처럼 따로 챙겨다녔다.

근접 촬영

안습 표정

너무 더워서 들어온 베트남 프렌차이즈 카페
이름은 기억이 안나는데, 사과주스가 제대로였다

희진 가이드가 마련한 시티투어버스 코스
정말 좋았다.
나무들의 눈높이랑 맞춰서 도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게 정말 너무 좋았다.
먹고 돌아다니는 거 말고는 딱히 한 게 없는데, 시티 투어 버스는 정말 하길 잘했다.

CNN에서 월드클래스 스프링롤 맛집으로 인정한 음식점
우리나라의 가족 식당 같은 분위기. 어릴 때 자주 갔던 수라면옥 느낌.

희진이는 여기 스프링롤이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고.

이날은 12월 31일이어서, 도시 곳곳이 축제 분위기였다.
불꽃놀이 행사가 있어서 여기저기 동선이 통제되기도 했는데
우리도 분위기를 즐겨보고 싶어서 길바닥에 앉아서 거리 음식을 먹었다. (사진은 너무 거지 같네)

호치민은 그냥 길거리에 플라스틱 의자 하나 깔면 식당이 되는데
그게 참 재밌고 (더럽지만) 매력있었다.
사진에서 먹고 있는건 얇은 전병에 건새우랑 야채 등등을 볶아서 넣은 롤 같은 것.
그닥 맛은 없었음.

이자까야에 갔다가 담배연기에 멀미가 날 것 같아서
2차로 길거리 포차(?)에 자리를 잡았다. 근데 여기도 정말 여행기간 먹었던 상위 맛집이었음!
마시지는 못하지만 맥주와 기념촬영 :)

넋이 나간 토시오

닭똥집 비슷한 것과 맛조개 볶음을 시키고 기대하는 중

tra - da !

저 맛조개 볶음 정말 기가 막혔다.
앞에 있는 사각 접시는 어떤 식당에 가도 나오는 기본 찬 세트 (손은 하나도 안감)

레알 거지
이 사진 찍고 얼마 가지 않아 크게 (정말 많이 크게... 옆의 사람들 다 쳐다보며 구경할정도로...) 싸우는 바람에
새해를 어떻게 맞았는지 절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잘 풀어줘서 고마워 희진아.



DAY 3

전날 싸움 + 잠 못잠의 여파로 아주 안좋은 상태

꽌부이가든, 이라는 아주 비싼 식당에서.

둘이서 네다섯개 정도 시켰음. 정말 먹을 욕심 뿐인 우리 둘.

꽌부이가든의 야외석.
이곳은 명성 만큼 맛있진 않게 느껴졌다. 나에게는.

꽌부이가든이 있었던 동네는 태국같은 느낌이었다.
더 정신없고 더러운 호치민 바이브가 난 더 좋다.

비싼 아이스크림가게에서 아보카도-대추맛 젤라또를 먹었다.
진짜 애매한 맛.

다시 호치민 시내로 돌아와서, 발 마사지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차 한잔을 했다.

말끔한 발 뒷꿈치를 기대하며 설레는 모습

호치민 시내에 흐르는 사이공 강을 왔다 갔다 하는 워터버스를 타봤다.
배 내부는 낡고 초라하고, 야경도 매우 험블하다. 워터버스 투어보다는 시티버스 투어를 100만배 추천하고 싶다.

희진 공식 표정

희진 공식 포즈

어딘가 아련하고 아파보이는 ..
이날 옆자리에 앉은 분의 체취때문에 희진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정말 저세상 체취이긴 했다.

맘 잡고, 유명하다는 야외 포차에 앉았다.

베트남은 맥주에 꼭 통 얼음을 넣어주는데
그래서 아주 시원하게 but 싱겁게 맥주를 마실 수 있음!

이날은 해산물 메뉴가 많이 않길래
아쉬운대로 볶음면과 시사모구이 등등을 시켰는데, 좀 질리는 맛이었다.

가방은 꼭 앞으로 매고 밥 먹기
누가 봐도 그닥 맛없는 표정

렌즈를 끼고 여행을 하느라 10분에 한번씩 인공눈물을 넣었다.
인공눈물을 많이 챙겨오지 못해서 약국에 사러 다녔는데, 인공눈물이 영어로 정말 artificial tears인걸 알게 됨

짜다

배부르지?

숙소 앞 :)
숙소는 레지던스 같은 곳이었는데
레지던스 단지가 아주 호화뻑쩍하다. 호치민 빈부격차도 아주 심각하다는 걸 돌아다니며 많이 느낌.

숙소 단지 안의 편의점.
잠시 화장실 간 주인을 기다리며..




DAY 4

마지막 날이 너무 일찍 다가와서 정말 아쉬웠다....
증말 최고였던 22스파 (33스파인가..?) 재방문
마사지로 시작하는 사치스러운 하루.

수박주스도 준다. 난 좀 추워서 못마셨는데 진짜 맛있긴 했음

마사지 받고 나와서 쾌적하게 걷기

마사지는 신이 내린 선물

마지막 날이라 사진을 자주 찍었다.
이 사진 엄청 좋네!

정신 없는 호치민 뒷골목. 너무 좋다

날씨도 있었던 중 가장 화창했다.

화창한만큼 덥기도 오지게 더웠다.

마지막 코스로 롯데마트에 들려 가족들 선물을 샀다.

열대과일 많은 호치민의 롯데마트~

똑같은 모습의 계산대

그리고 마지막 식사!
게요리 전문점인데, 손님의 90퍼센트가 한국인이었다.
그리고 호치민에서 갔던 모든 식당 중 압도적으로 비쌌다. (한국이어도 비쌀정도의 물가였다)
결국 돈이 모자라서 신용카드로 계산했는데, 난 솔직히 더 먹고 싶을만큼 배도 안 불렀다.

(양 옆자리 한국분)

맛은 있었다.

내 최애 사진.

공항에서.. 울적한 모습으로 ㅜㅜ

마지막 맥주 한잔 (두잔)

정말 즐거웠다 호치민

좋은 여행 만들어줘서 고맙소

다녀온 지 한달도 안됐는데 너무 그리운 호치민.
더럽고 정신없지만 그게 또 매력이었다.
더 늙기 전에 또 다녀올 수 있길 !!

* 나중에 받은 흑백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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