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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낀점

일주일 기록 _다해 숙제

3/7 해넘이


해가 제일 그립고 반가운 요즘.



3/7 점심

먹기 위해 사는 삶, 살기 위해 먹는 삶
그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내 삶



3/8

굉장히 맞는 말이라고 느꼈다
산술적으로도 맞고 상식적으로도 맞는 말인데
왠지 문학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 관점에 따르면 나는 영원히 부를 축적할 수 없을 것 같다



3/8 오후


이 카페는 내가 예전에 좋아했던 카페였다.
레몬 케익이 너무 맛있어서 , 레몬 케익을 파는 카페는 가뜩이나 귀해서
좋아하는 곳이었는데 최근에 지도에 안나오고 전화도 안받길래 폐업했구나 하고 아쉬웠다.

근데 최근에 조용하고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찾다가 uig라는 카페를 찾고
지도를 보면서 찾아왔는데
내가 없어져서 아쉬워한 바로 그 카페였다.
인테리어가 똑같고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져셔 그건 좋은데
레몬 케익은 자취를 감춰서 참 아쉽다.

(좋아했던 카페를 코앞에 도착할 때까지 의아해하면서도 끝까지 의심하며 지도를 보고 찾아온 나의 공간 지각 능력에 대해서는 놀랍고 참담하다..)

그래도 커피가 진짜 맛있고
이상하게 가게 스탭들이 하나도 안친절한데 너무 편안한 느낌이 있어서
그게 마음이 편해진다. 너무 친절한 사람들 보면 괜히 나도 그만큼 호의를 보여야 할 것 같아서 불편한데
(그렇다고 또 너무 시크한 사람들 보면 그것도 불편한데..)
이 카페는 어떤 적당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일하는 것 같다.

심슨 책은 어렵지만 굉장한 책 같다.
난 심슨을 꼼꼼히 보질 않고 대단한 팬이 아니라서
책에서 언급하는 레퍼런스를 이해하는 재미가 많이 떨어진다.
그치만 티비 시리즈를 철학이랑 연관지어서 깊이 있게 파는(말그대로 판다) 게 재미있고
정말 밀도가 높다.

그치만 그만큼 나에게는 어려워서
몇가지 챕터들만 뽑아 보고 다시 반납하려 한다.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성정치학’으로 본 심슨가족
왜 메기가 중요한가 : 침묵의 소리, 동양과 서양
이 두 챕터였다.

아마 성정치학으로 심슨을 분석한 글은
가장 손쉽게 이해가 되는 글이라 재밌었던 것 같고 (심슨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해가 쉽게 쓰여서)
메기의 존재를 침묵의 미덕(?)으로 해석한 부분은 뭔가 창의적인 관점이라고 처음엔 느꼈었고
한번 더 생각해보니 아주 그럴듯하게 맞는 말 같아서 재밌었는데
또 한번 더 생각해보니 만드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히 의도한 캐릭터성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또 재미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읽어볼 부분은
바트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와 나쁨의 미덕에 관하여 -
이 챕터만 읽고 반납하려고 한다.
확실히 논픽션의 책들이 나는 진득하게 읽기 어렵고
완독에도 실패한다.

그나저나 카푸치노는 대체 어떻게 거품을 먹을 수있는 건지
어떤 구조로 흡입할 때만 거품이 내 입안에 골인하는지
모르겠다. 결국 못알아내고 거품만 처음 모습 그대로 남겼다.

3/10 영화


정말 오랜만에 영화관에 갔다
영화가 맘에 들어 뭔가를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요즘도 전단이 있나 하고 찾아봤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지만 역시 없었다
코로나로 영화관도 완전 죽었고
요즘에는 개인폰에 좋은 이미지들이 차고 넘치니
굳이 종이 전단을 만들 이유를 찾기 힘들었을 것 같다
비용적으로, 환경적으로 둘다
약간 섭섭했지만 충분히 납득이 갔다
영화 회사를 다닐때 약간의 매너리즘처럼 전단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일은 안하겠구나 싶었다.
세상이 바뀌면서 또 사라지고 증발한 일들은 얼마나 많을까,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3/10 창틀청소


겨울 동안 한번도 안열었던 안방 창문을 열고 창틀을 청소했다
잠자는 머리맡이랑 바깥세상이랑 저렇게 가뿐히 연결이 된다니
창문이 너무 얇고
창문을 열자마자 바깥풍경이 너무 직접적으로 눈앞에 있어서
기분이 뭔가 당황스럽고 새삼스러웠다

3/11




어쩌다보니 작년부터 별로 늘어져라 쉴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분명 아주 바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할 일이 많았고 3월이 된 지금 너무 한가함을 느낀다.
한가하니까 오히려 돌아다니게 된다. 이 시간이 귀하다고 느껴지고 어떻게든 잘 써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이 많아지면서 익숙하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앞으로 뭘 어떻게 해야하지? 어떻게 살아야 되지? 어떻게 사람 구실 하며 살지?
-> 이런 질문들에서 20대 초반부터 한번도 해방 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만들어온 인생이고 내가 자초한 부분이다.
이렇게 살게된 본질적인 이유를 꼽아보면 거기에 답이 있지 않을까 한다.
40대에도 같은 고민을 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3/12


드럼 수업을 시작했다.
드럼은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해소해보고자 하는 방편으로 시작했는데
첫 수업이어서 그런지 아직은 스트레스가 전혀 풀리지 않는다.
선생님이 ‘선생님’처럼 열심히 알려주시는데도 왜인지 ‘뮤지션’쪽의 자아가 강하신게 느껴진다.
난 아티스트를 무서워하는 병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뮤지션인 선생님을 편하게 잘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진중하고 심각하게 임해야할 것만 같다.
페달을 정교하게 밟는 것보다는 여기저기 내리치면서 해방감을 느끼고 싶은데
뮤지션 선생님은 허락안하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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