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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글

2017년 5월 토론토로!

2017년 4월.
퇴사를 해버렸다!
 
누가 보기엔 갑작스럽게
하지만 나를 아는 누군가가 보기엔 정말 오랜 고민 끝에 퇴사를 했다.
 
그리고 마치 정해져 있는 수순을 밟듯 여행을 떠났다 ^^
일을 그만두면 당장 심심해지기 십상이기에 약 1달 뒤 토론토-뉴욕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꼭 보고싶은 사람, 내 친구 수아를 만나러 가는 게 이번 여행의 컨셉이자 큰 목표였다.
수아는 꽤나 오래전부터 한국을 떠나서 캐나다에 살고 있다.
몸은 말 그대로 이억 만리에 떨어져있는데, 신기하게도 마음만은 늘 가까워서 언제든 말을 걸게 되는 친구가 수아였다.
 
수아를 알게 된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는데, 사실 어떻게 친구가 됐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렇지만 수아랑 정말 가까워지게 된 계기가 된 장면은 머릿속에 선명하다.
 
방학이었나, 특강 끝나고 운동장 벤치에 앉아서 수다를 한참 떨다가 제주도 수학여행 얘기가 나왔는데
거기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제주도 가는 비행기에서 같이 앉자고 약속을 한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그 당시 같이 앉는 문제는 정말 ...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였는데 그걸 함께 하기로 하고나서는 게임 끝이었다.
그리고 나서 수아랑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을 짝꿍으로 보냈던 것 같다.
 
수아를 약 2년..만에 만나러 가는 거라,
그것도 늘 수아가 한국에 왔던 방식이 아니라 내가 수아를 보러 캐나다를 가는 방식으로 가는 거라
마음이 움찔움찔 너무 희한했다.
 
어쨋든 가보잣 !!!! 내 친구의 집으로 !!!
 

 
토론토행 비행기 안.
에어캐나다였다. 에어캐나다는 2010년에 타보고 7년만인데 꽤나 편했다.
 
사실 이 비행기를 타는 데 우여곡절이 있었다. ㅋㅋㅋㅋㅋ
그냥 보통 우여곡절이 아니고 정말 까딱하면 비행기를 놓칠 뻔 했다.
 
이 날 따라 공항에 더욱 빨리 도착해서 약 3시간 반 전쯤 ?
여유있게 체크인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체크인 데스크에서 직원분이 캐나다 비자 안받았냐고 묻는거다...
 
비자..? 무슨 비자...ㅠㅠㅠㅠㅠㅠ
 
너무 당연히 없었다..................
 
알고보니 작년말 쯤부터 캐나다 입국시에는 미국 esta처럼 입국비자가 필요했었고
그게 없으면 체크인이 불가능했다.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약 2시간이 남았는데 그 전까지 비자를 못받으면 무조건 출국 불가인 상황
미국비자 ESTA는 며칠 걸리는 게 통상적이지만, 캐나다 비자 ETA는 온라인으로 약 10분 걸려서 신청하면 빠르면 1시간 안에도 나온다고 했다.
하지만 운 나쁘면 7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직원분이 정말 친절하게 안내해주셨지만 폰으로 비자 신청하는 내 손은 덜덜덜덜덜- 정말 후덜덜이었다.
미친 스피드로 비자는 5분만에 신청하고 강박증환자처럼 1초에 한번씩 새로고침 페이지를 눌러서 승인메일이 왔는 지를 확인했다.
그렇게 1시간... 그러면서 캐나다 비자 승인 후기들을 찾아봤는데 캐나다랑 시차가 있어서 그 사람들이 자는 시간엔 정말 오래걸린다는 글을 봤다.
그 당시 캐나다 시간이 새벽 4시 쯤이었어서 정말 너무 원통스럽고 힘들었다 ㅜㅜㅜㅜㅜ
 
ETA홈페이지에서 계속 새로고침을 하는데, 아무래도 이상하게
승인 란에 '아직 미승인' 이런 메시지가 뜨는 게 아니라 '오류. 제출내역 없음' 약간 이런 메시지가 뜨는 거다.
너무 이상해서 당장 그 모든 짐덩이를 들고 (캐리어 큰 거 2개) 공항 인터넷 카페로 뛰어갔다.
거의 홍길동처럼 축지법 사용하듯 길을 접어서 뜀박질...
근데 컴퓨터는 또 다 에러나있고 자꾸 ETA로그인도 안되고 시계를 보니 체크인 30분 전이었다.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예약했던 여행사에 전화해서 이런 경우에 재 티켓팅을 하면 수수료 얼마냐고 물어봤다.
전화를 끊고 정말 세상 등지고 싶은 얼굴로 다시 한번 새로고침 해봤는데
진짜 맙소사... 메일이 와있었다. 캐나다 시간으로 새벽에 어인일인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친절한 그 분들이 열심히 일을 처리해줘서 나는 다시 홍길동 달리기로 체크인 데스크로 RUN
 
결국 그렇게 뜀박질로 면세품도 다 잘 찾고
프레츨까지 하나 사먹고 그렇게 유유히 비행기에 탑승했다 ^^
 
이때 수아한테 미안하지만 캐나다에 못갈 수도 있다고 카톡을 남겨놨었는데
수아가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
 
 

 
비행기에서 영화 4편 보고 헤롱헤롱해서 토론토 공항에 내렸더니

수아의 반쪽 조이가 수아대신 저렇게 귀여운 인형을 들고 마중을 나와있었다.

 

 
조이랑 캐리어 하나씩 낑낑 들고 도착한 수아의 집에는 또 이렇게 환영의 메시지가 ㅋㅋ
으이고 바빴다 이수아 ㅋㅋㅋ
너무 수아스럽고 사랑스러웠던 집을 구경하고 나는 그대로 기절.
비행기에서 1시간도 못자서 약 2시간 가량 죽은 듯 잔 것 같다.
 
조이가 수아가 일하는 일식집에서 저녁을 사주겠다고 해서 깨워서 벌떡 일어났다.
 
테이블도 꽤 많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수아 혼자 서빙을 보고 있어서 짠하면서도
손님들을 구워삶는(ㅋㅋ) 작은 수아의 모습을 보니 너무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그랬다.
다들 왜인지 모르지만?^^ 수아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 굉장히 웃어주고 좋아했다.
 

 
친구찬스로 주방에서 시키지도 않은 메뉴를 엄청 요리해주셨다.
위 사진에 있는 메로구이는 정말 특히 ... 너무 맛있었다.ㅠㅠ
여기도 한국 이자까야랑 메뉴 비슷하구나 생각하면서 신기했다.
사진엔 없지만 삿뽀로 생맥도 함께 들이키니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일세-
 

 
또 서비스로 주신 스파이시 연어타코
훔치고 싶은 맛이었다.
 

 
또 서비스 연어 카프레제
나갈 때 주방에 들어가서 큰 절이라도 하고 나가야할 것 같았다.
 

 
드디어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이 때부턴 사실 배가 빵 터질 것 같고
너무너무너무 졸음신이 와서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ㅋ
둘이 먹기엔 너무 많아서 거의 남기고 집에 포장해왔던 기억이...
 

 
난 그 다음 날 초저녁까지 잠들었다.
뉴욕 가기 전 토론토에 3일 있을 예정이었는데 2일이 그냥 슝 흘렀네 ㅋㅋ
고소한 냄새에 잠을 깨보니 (사실 수아가 이제 그만좀 자라고 흔들어 깨워 일어나보니)
세상에 수아가 이렇게나 맛있는 코코넛 카레를 만들어줬다 ㅜㅜ
너무너무 맛있어서 한국와서 시금치 넣은 코코넛 카레 만들어먹었다.
아... 그 맛이 아직도 아련...
 
머쓱하긴 하지만 토론토 구경을 조금이라도 해야하니
수아랑 동네 한바퀴를 산책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드넓은 잔디밭이 도처에 깔려있다.
 

 
달려보자 !
 

 
작은 정원의 2층 집들
 

 
자연스럽게 가꿔진 정원들
 

 
동네 주민 수아 ㅋㅋㅋ
 

 
놀랐던 건 정말 큰 강아지들이 많았다는 것!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한마리씩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있었고
그 강아지들은 다 송아지보다 컸다.
너무 좋았다!!!! 눈호강에 휘둥그레
강아지들끼리 놀게하는 공원도 따로 있어서 그곳은 완전 개판.
정말 신기했다. 개 공원도 따로 있다니.
 

 
달달구리가 끌려서 들어간 커피숍
높은 천장이 맘에 들었다.
 

 
THIS IS TORONTO 벽화
근데 별로 안 토론토 같은데 ㅋㅋㅋㅋ
실제 토론토가 더 나은듯.
 
토론토 마지막 날도 나는 잠을 잤다.
밤 8시쯤 눈을 떠서 부랴부랴 뉴욕 갈 채비를 했다.
 

 
수아가 예약해준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뉴욕으로 슝슝 !!
무려 12시간 짜리 버스였는데 친구랑 같이 가니까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땅을 밟고 그 풍경변화를 지켜보면서 가니까
이 여정이 피부로 와닿고 좋았다.
 
이 버스 안에서 나눈 수다는 아마 아주 오래오래 내 머릿속에 저장될 것이다ㅎㅎ
몇년의 시간을 타국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낸 친구는 정말 레알 어른이 되어 있었다.
 


 
아사 직전이었는데
휴게소에서 감자칩 + 초콜릿으로 파워 당업 !
남미에서도 한 18시간 짜리 버스를 탄 적있어서 나름 물티슈도 든든히 챙기고 버스 안에서 팩도 하고 ㅎㅎㅎ 좀 대비가 되어있었던 것 같다.
 

 
버스 타기 전에 수아네 집에서 일이 좀 있었다. ㅋㅋㅋㅋ
수아랑 수다를 떨다가 진짜 웃겨 - 하면서 팍 앉았는데
내 엉덩이 밑에서 뽁- 하는 소리가 났다.
 
내 안경이 저 세상으로 갔다.. ㅜㅜ
꼼짝없이 렌즈만 끼고 살아야 겠구나... 암담했지만
죽으란 법은 없다고 짱구를 열심히 굴려서 살 방안을 마련했다^^
 
그것은 다음 글에 계속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