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리뷰는 끝에서부터 :P
뉴욕과 토론토에서의 1달여의 시간이 분명 나에게 큰 리프레쉬가 될 거라고 믿었고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과연 그랬을까? ㅋㅋ
여행을 마치려니 접어두었었던 생각들이 막 머릿속에 난입하더니 내 마음을 헤집는 것 같았다.
특히 친구가 떠난 뒤 1주일의 혼자만의 시간동안 난 무얼 했나..
시간이 있고 몸을 편히 쉰다고 머릿 속이 정리가 되더나..
여튼 머리가 가볍진 않았다.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동네 까페를 뒤졌다.
Foursquare에서 리뷰를 뒤져서 걸어서 5분거리의 어떤 카페를 찾아갔는데, 입구부터 진짜 맘에 들었다.
저 무지개 깃발을 보면 난 동성애자도 아닌데 괜히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유가 뭘까?
식당 잘 찾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아 스스로 뿌듯해하며 가까이 가서 봤더니
플랫아이언 스테이크도 파나보다. 좀 일찍 발견했다면 저녁에 동네에서 먹어봤을텐데
괜히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우선 아메리카노 한잔을 떙겼다.
주인아저씨는 느낌상 이탈리아계 미국인 인 것 같았는데
꽤나 엄격하신 포스가 있어서 주문하는데 쫌 쫄았었다.
테이블에는 NO LAPTOP NO WORKING이라고 엄격하게 써있었는데
주인 아저씨 말투가 음성지원되는 것 같아서 움찔했다. 아마 몇몇 테이블에는 저렇게 붙여져있고, 나머지 가생이에 있는 테이블들 (특히 홀로석) 들은 랩탑 가져와서 편하게 해도 되는가보다 싶었다. 창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노트북으로 뭔가 작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정말 뉴욕 카페에는 일행이랑 대화하는 사람 못지않게
맥북으로 뭐 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았다. 물론 한국에서 많이 본 풍경이긴 한데, 그래도 볼 때마다 느낌이 희한하고 뭘 저렇게 열심히 하나 진짜 궁금하기도 했다.
삼천포지만, 뉴욕에 사는 언니가 말해주기를
카페에서 노트북 들고 달아나는 도둑들은 잡으면 진짜 큰 일 난다고, 그런 사람들은 진짜 사람 헤치기도 한다는 얘길 들었었는데
그래서 뉴욕에서는 아무리 카페든 공원이든 어디 착석해서도, 자기 짐에 꼭 손이라도 얹고 있으라고 조언을 들었었다.
암튼 ㅎㅎㅎ 나는 크로아상 샌드위치랑 요거트를 시켜서 야금야금 먹었다.
커피가 제일 맛있더라.
지나가면서 빕구르멍에도 소개된 동네 맛집 Glady's도 다시 보고 ㅎㅎ
글래디스는 캐리비안 스타일 밥집인데 주로 고기를 불에 쎼게 구워낸 요리들을 팔고 있었다.
jerk라고 하던데 소고기, 닭고기가 진짜 맛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이 집의 밥이 정말 맛있었다. 알 수 없는 향신료향에 콩이 살짝 들어가고 보슬보슬한 밥인데, 향이 너무 좋아서 중독성 있었다.
누가 여기서 밥을 이렇게 맛있게 먹을거라고 예상했을까
흑흑 이제 안녕-
마지막이니 만큼 이번에 뉴욕에 와서 가장, 좋았던 장소를 다시 혼자 가보기로 했다.
그곳에 가기 위한 감자칩과 (아보카도 오일에 볶은) 초코우유라고 착각하고 산 바닐라 요거트.
둘 다 맛이 대략 난감. 특히 요거트는 상한 줄알고 한 입 먹고 버림
나의 최애 플레이스 프로스펙트 파크에 도착했다!
저만치 보이는 연두색의 땅은 사실 땅이 아니고 연못이다.
처음 봤을 때 정말 까암짝 놀랐다. 실수로 여기서 발 헛디뎌서 젖은 사람 분명히 있을 거다 싶었다.
부영양화 현상이라고 부르던데 생각보다 냄새는 전혀 안나고, 신기하기만 하다 ㅎㅎ
굴다리앞에서 뭔가를 적고 있는 사람.
굴다리가 참 예쁘다
원래 프로스펙트 파크에 가면 꼭 자리를 펴고 누웠던 거대한 잔디밭이 있었는데 (그 이름도 great meadow)
친구들 없이 혼자 찾다보니 역시 길을 잃어서 대충 아쉬운대로 중자 사이즈 정도 되는 잔디밭에 누웠다.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마음껏 뒹굴뒹굴 -
참 좋아라
친구들한테 편지도 쓰고
하고 싶은 말도 메모장에 끄적여봤다. 끄적이다보니 할말이 너무 많아서 저 메모지를 다 썼다.
내가 이곳에 와서 좋았던 것들이 뭔지를 나열해보니까 참 끝이 없게 계속 생각이 나서 행복했다.
사실 그렇게 즐기지도 않았는데 ㅋㅋ 생각하라면 좋았던 게 많으네
그리고 나에 대해 새롭게 알 게 된 것들도 좀 써봤는데, 그건 몇줄 못적겠더라.
늘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게 제일 힘든 것 같다.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생각을 깊이 하면 할수록 스스로에 대해 잘 알게 되는 사람들이 있고, 또 반대로 그냥 직관적으로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그 어느쪽도 아닌 것 같다. 늘 어렵다 어려워. 시간을 이리 충분히 줘도 잘 못한다.
어쩜 이렇게 평화로울까.
정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이 안도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뒹굴고 있는데 내 옆으로 한 커플이 와서 젬베를 가지고 노래를 불렀는데
너무 좋아서 닭살까지 올랐다. 하필이면 나를 설레게하는 까만 피부의 흑인 커플이 엄청나게 화려한 원색 옷을 입고 자기들끼리 신나서 흥얼거리고 있어서 정말 그 시간은 누가 나한테 보낸 서비스 선물 같았다 ㅎㅎㅎㅎ
집에 돌아온 나를 기다리는 짐들
이곳은 짐싸기 지옥.
왜 때문에 뭘 그렇게 돈도 없으면서 조물조물 쓸데없는 것들을 주워왔는지... 짐을 쌌다 풀렀다 난리부르스를 치며
체크아웃 시간인 11시가 되기 1분 전까지 짐과의 전쟁을 벌였다.
짐을 다 싸고 힘겹게 나오고 나니 당장 갈 데가 변변치 않았다. ㅎㅎㅎ
그래서 집에서 걸어서 10분 정도에 위치한 브루클린 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어떻게 이렇게 도서관 입구가 클 수 있는지. 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문은 작다. ㅋㅋ 큰 문처럼 형상화해놓아서 정말 압도적이다.
근데 들어보니 저 큰 문은 또 꼽혀있는 서적을 표현한 것이라고도 하더라
진짜 웃기는 짬뽕인데 ㅋㅋㅋ
어떻게 해서 이 책을 집어들었는지 모르겠다.
어쨋든 이 책에 운명처럼 꽃혀서 처음부터 끝까지 엄청 열심히 읽었다. (그림이 대부분)
도서관 근처에 브루클린 뮤지엄이 있는데, 그 곳에서 보관하고 있는 한국 예술품에 대한 책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왜이렇게 아름다웠을까
꼭 투박해서만도 아니고 꼭 둥글둥글 부드러워서만이 아니고
간결한 격조때문만도 아니고... 그냥 마음에 훅 들어오는 모습들
가구들.
나중에 나의 집을 갖게 된다면 (사지 않아도 갖게 된다면 ^^)
꼭 이런 가구들을 구해서 개다리 소반에 유기그릇 놓고 라면먹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그런 작은 꿈을 갖게 해준 시간이었다.
(한국에 와서도 잊혀지질 않아서 책방에서 전통목가구 관련 책을 보다가, 약간의 망설임 끝에 전통목가구를 만드는 공방에 찾아갔었다. 서울에서 꽤나 유명한 공방이라서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은 것 같았다. 목수가 되기 위한..? 상담을 받아보았으나 공방을 나오면서 마음이 깨끗하게 정리됐다 ^^ 그냥 그 분위기에서 느꼈나보다. 나는 그런 외딴 작업장에서 진득하게 나무를 만지는 사람이 되지 못할 거라는 걸.. 그러기엔 난 너무 산만하고 세속적이다 ^^!!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건 인정! )
책으로 영혼을 어루만져주고
내 소유욕을 충족시키러, 빈티지 마켓으로 가는 중
예전에 한 7년 전 쯤 뉴욕에 왔을 때, 브루클린에서 빈티지 쇼핑을 하고 그걸 그대로 게스트하우스 침대 위에 놓고 나왔었다 ㅋㅋㅋ
그게 참 알게모르게 아쉬웠어서 이번에 뉴욕에서 두어번 빈티지/혹은 세컨핸드 중고샵을 들렀다. 나름 득템도 하고 또 재미로 가지고 있던 가방도 거기서 직접 팔아보고 ㅋㅋ 그랬다.
꽤나 맘에 드는 자켓을 봤는데
더구나 요즘 완전 유행템인데
브랜드도 좋고 원단도 진짜 좋았는데
아쉽지만 나는 소화 못하는 것이 확실해서 두고 나왔다. ㅋㅋㅋㅋ
어깨가 너무 커서 소방차 멤버 같은 비주얼 ㅋㅋㅋ
이제 슬슬 배가 고파서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재방문 의사가 꼭 있었던
1) 베트남음식점 Saigon Shack과
2) Strand Bookstore에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와! 정말 좋아하는 아티쵸크 피자 발견 ! 지점이 세개인가 있었는데 2개만 가보고 저긴 못가봤다.
혹시 아티쵸크 피자에 가는 분이 계시다면 꼭 브루클린에 있는 지점을 가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이공 쉑에 아무런 웨이팅 없이 들어갔다.
처음에 수아와 왔을 때 뉴욕에서 먹은 첫번째 식사였는데 (그 때는 줄이 정말 길었었는데)
이렇게 마지막 식사도 이곳에서 하게될 줄은 몰랐다.
나는 혼자이므로 바테이블에 앉았다.
혼자니까 하나만 골라야 하는데...
이렇게 고민될 수가.
쌀국수를 또 먹을까 어쩔까 하다가, 쌀국수는 한국에도 맛있는 데가 너무 많으니까 새로운 걸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생선튀김 + 밥 + 샐러드
어떤 생선인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메기??
아무튼 뭔가 다 가진 메뉴의 느낌이 나서 좋았다 ㅎㅎ 푸짐한 학생식당 느낌!
이것도 저것도 다 먹고 싶었던 나에게 적절했다.
테이블이 거의 비었는데, 그래도 1인 손님은 바테이블에 차곡차곡 앉히시는 듯 했다.
파란 사다리가 예쁘네.
음식은 정말 무난하게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심하게 많아서 결국 거의 새것같은 비주얼로 남기고 돌아섰다.
원래는 이 이후에 친구가 추천한 Chickalious 디저트 바에 가서 혼자 디저트 코스를 즐기려고 했는데 ㅜㅜ
그랬다면 아마 토론토 가는 버스에서 난 위장이 뒤틀렸을것이다.
포기하고 워싱턴 스퀘어 파크를 걷는 길~
느긋하게 걷다가 시간을 확인해보니, 슬슬 집에가서 집을 들고 버스를 타야 하는 시간이었다.
스트랜드 서점에 가서 간단하게 엽서랑 뱃지 같은 기념품들을 사고 다시 브루클린숙소로 돌아가,
세상 무거운 짐을 우버에 싣고 메가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버스가 1시간 정도 연착해서 기나긴 야외 대기 끝에... 버스에 탑승했다.
추가 금액을 내고 맨 앞자리에 탔는데, 좋은 뷰와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을 얻은 대신
시베리아 추위를 얻었다.
스스로 껴안고 난리치면서 12시간을 견뎠다. 옆자리 커플을 보니 모포를 다 챙겨와서 칭칭감았던데 역시 사람은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또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신 분 중에 메가버스로 장기 여행을 하는 분이 있다면, 꼭 2층 3번 자리 티켓을 구입하시기를 추천한다.
그 쪽이 앞은 물론이고, 뒤에는 바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어 뒤까지 넓게 공간을 쓸 수 있다. 또 1,4번 창가자리는 약간 구석이라 휘어져서 공간이 좀 안나오는 반면, 3번 자리는 뒤도 넓고 왼쪽도 넓어서 정말 최고의 좌석이다. (나는 2번 자리였어서 내내 3번을 부러워했다.)
기나긴 밤이 지나고 드디어 동이 튼다!
크록스가 편하지만,
또 너무 부피가 크고 구멍 송송 뚫려있어서
너무나 추웠던 저 버스안에서는 애물단지였다.
앗 토론토 CN타워가 보인다!!!!!
저 순간 정말 너무 안도되면서 수아가 진짜 보고싶었다. ㅋㅋㅋㅋㅋ
'여행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 5월 뉴욕 입성!! (2) | 2018.03.02 |
---|---|
2017년 6월 뉴욕 - 쿠퍼휴잇뮤지엄, 업타운 (0) | 2017.09.13 |
2017년 5월 토론토로! (0) | 2017.08.24 |
2016년 11월 런던 (끝) (0) | 2017.08.23 |
2016년 11월 런던 (4) (0) | 2017.08.23 |